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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훼손된 부분을 보지 않게 되면 훼손자체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생활 및 기타 2020. 8. 28. 09:59

    The Conservation of George Inness' "The Roman Campagna"

     

    미국의 교육수준이 떨어지고 학교에서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푸는 유형을 암기시키고 쉽게 점수를 주면서 학생들 중에 두가지 모순된 감정을 가지면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너무 쉬운, 쉽기보다는 너무 단순한 문제를 단순 반복으로 시험을 보고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다가 어느 순간 외부세계와 충돌하면서 자기가 학교에서 늘 최고의 학생인 줄 알았는데 할 수 없는게 거의 없다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면 보통 갑자기 드러난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 자신이 여전히 배울것이 거의 없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차분히 기초부터 공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자신이 지금껏 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문제를 풀어야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끝까지 부정하고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해야 하는지 분개합니다. 나는 이렇게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고 최고 점수를 받아왔는데 내 실력이 이정도밖에 안된다고? 말도 안돼! 화가 날만 하죠.

     

    동시에 내부에서는 스스로 좌절감을 느낍니다. 왜냐면 이 학생들은 분명 그 안의 잠재력이 있었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던 학생들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서서히 불안감이 다가옵니다. 정말 내가 이렇게 객관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건가 낙담하기도 합니다. 이런 낙담이 또 공부에 대한 공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겨우 이들은 십대의 학생들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을 공포스럽게 바라보며 스스로를 고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아무리 쉬운 단계의 내용이더라도 그냥 모르는 것이 있다면 배우고, 자신이 새로 알게 된 데 집중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 위 영상은 시카고에 기반을 둔, 오래된 손상된 그림을 복구하는 업체에서 올리는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이 분이 복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심각한 손상이 너무 두드러질때 그것이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덧칠을 한다고 합니다. '훼손된 부분을 보지 않게 되면 훼손자체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 If you don’t see the damage, then the damage doesn’t really exist'라고 하면서요.

     

    우리는 너무 자신의 상처를 골똘히 바라보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처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거기에 계속 있겠지만 거기에만 매달리게 되면 큰 그림을 보지 않게 됩니다.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덧칠을 하고 옆에 놔두고, 이제 이 그림이 보여주는 풍경을 즐겨야 합니다.

     

    교육 환경의 변화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가지고 당황해 하는 학생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무심히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갈 수 있는 길을 묵묵히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저 분의 영상은 묵은때가 씻겨져 나가고 아름다운 색이 드러날때 무척 속이 후련한데, 이 영상은 그림은 거의 때가 타지 않아서 그런 카타르시스는 느끼기 힘든 영상이므로 궁금하면 다음 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 위 영상도 액자를 닦는 순간이 무척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