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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CLA 칼럼 2020. 5. 10. 04:55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미국에서 자주 보이는 정말 나름 충격이었던 수업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냐면 수업시간과 숙제를 통해 정해진 형태의 문제를 배우고 시험에는 그때 배웠던 문제에서 숫자만 다르게 바꾸거나 아주 약간만 다르게 문제를 내서 결국 통째로 배웠던 것을 외우면 이해하지 못해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이과 과목은 물론 문과 과목에서도 거의 유사한 문제를 미리 수업과 숙제로 배우고 어떤 패턴을 외우게 한뒤, 시험은 거의 흡사하게 나옵니다. 즉 공식처럼 문제를 외우면 아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도 시험성적이 잘 나올 수 있는 시험문제를 출제합니다.

     

    수학이라면 수업시간에 배운 문제가 0, 1이 들어가는 문제였다면 시험에서는 그 숫자가 1,2로 바뀌고, 작문에서도 스스로 글을 쓰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는게 아니라 몇가지 선정된 문장을 외우고 그 틀에서 단어 몇개만 바꿀 줄 알면 시험에 좋은 성적이 나오게 됩니다.

     

    수업내용이 좀 어렵고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데 학교쪽에서는 학생들 성적이 너무 낮게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수업형태인데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도 사용합니다. 

     

    이건 미국에서 굉장히 오래된 습관인 것 같은 것이 20여년전 미국 대학원에서 만난 대학원생도 화학의 몰 계산을 이해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을 쓱쓱 그린 후 거기에 숫자만 집어넣고 이렇게 하면 답이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비례를 이용하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혀 근본적인 이해없이 퍼즐 마추듯이 숫자넣고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이공계 대학원에는 미국 자국민보다 외국인 비율이 월등히 높을 수 밖에 없고 백인 중 중도탈락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만약 불운하게 저학년때부터 이런방식의 수업을 하는 환경에 자주 놓이면 어릴때는 공부를 잘하는 것 같았는데 학년이 높아지면서 학생이 완전히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학생 본인이 정말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나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특히 외부 시험은 그런 패턴을 외워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시험을 보게 되는 순간 충격에 빠집니다.

     

    사실 미국에 사는 학생들이 훨씬 자신감도 자아긍정감도 높은 경향이 있는데 공부쪽으로 보면 과대하게 자신을 높이 평가했다가 또 다시 절망하는, 자기 자신을 분명이 바로보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내가 아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내 한계를 그냥 덤덤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공부를 시작하면 되는데, 지나친 자신감으로 별 준비를 하지 않기도 하고 그러다가 외부 시험을 보게 되는 나이가 되면 갑자기 당황해서 현실도피를 하듯 공부를 공포스럽게 대합니다.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평생을 두고 우리는 모르는 것을 마주하며 배우고, 또 어디까지 우리는 아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학문적인 것을 떠나서 인생에 대한 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너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괴로워합니다. 아마도 자기가 받아왔던 실제 자신의 지식보다 높은 수준의 점수와 그 점수로 비롯된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나 외부의 평가와 현실의 격차를 마주하며 충격에 빠지기 때문이겠죠.

     

    요즘 AP 시험이 다가오는데 우연히 세계사 시험 관련 글을 많이 올렸는데, 시험문제들을 보세요. 이런 역사적 기록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은 모르는가. 알려진 사실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추정은 무엇인가. 늘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대학원을 가고 학문의 길로 들어서도 늘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며 현재 나의 한계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정적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해의 한계와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불쾌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명확히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입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배움에 대한 태도가 두려움과 회피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억지로 끌고 왔다고 해도 본인 내부에서 너무 지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 평소 수업내용과 시험문제를 잘 살펴보시고 대화를 해보며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학교전체 분위기가 좋아도 해당 학년 특정 과목 선생님이 그런 경향이면 또 그 학년에서 그 과목은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는 키우지 않고 모르면 배우면 된다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 언젠가는, 초중고를 떠나 20대이든, 30대인든 언제든 조금씩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삶의 태도가 결국 삶의 정서적 면을 좌우합니다. 바로 눈 앞의 시험에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내가 모르는 것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부모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요.